머리큰 아저씨의 보약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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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카의 일상

푸르른 가을하늘 아래 뻔뻔한 배추도둑!

Yanca 2018. 11. 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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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을 자고 있던 나에게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나 : 여보세요?


어머니 : 너 혹시 밭에서 배추나 무우 뽑아갔냐?


나 : 아뉴~ 


어머니 : 이상하다...누가 무우랑 배추를 뽑아간것 같다. 밭에 잎사귀가 떨어져 있더라구... 알았다. 뚜뚜뚜



그럼 그렇지 무우랑 배추가 얼마나 비싼데... 누가봐도 탐스런 그것들을 그냥 둘리가 없지...라며 자던 잠을 더 꿀맛같이 자 버렸다.


오후에 일요일의 느긋함을 마음껏 누리고자 하던차에 아차!


부랴부랴 오늘의 행사에 대해 생각이 났다.


추수가 끝난 논에 널려있는 거인의 마쉬멜로우 [소 여물로 쓸 볏짚묶음]


이 알록달록한 가을이 지나면 다 떨어져 버릴 아름다운 단풍나무!


감성 터지는 시골 풍경! 동네 꼬마들은 한명도 안보이는 안타까운 시골!



헐레벌떡 옷을 줏어입고 시골로 황급히 달려 갔다. 다행한것은 아직 행사 중이었다는것이고 불행한것은 늦은것을 들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늦어서 미안한것은 나의 양심일 뿐이고 계약이나 꼭 해야할 일은 아니었기에 느긋하게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듣고 일요일 낮의 태양에 반짝이는 시골 풍경을 만끽했다.


뉘집 감인가 가지가 다 부러지겠네... 부러워서 배가 아프...;;;



나는 서둘러 집에 돌아와 그래픽 카드를 청소하기 위해 밭이 있는 창고로 향했다. 


그곳에 에어컴프레셔가 있기 때문이었다.


바람이 엄청 잘 나오는 덜덜거리는 에어컴프레셔!


한참 칙칙 거리며 바람을 불고 있는 나의 눈에 들어온것은 바로 배추 도둑!


녀석은 거침없이 밭으로 들어가 두리번 거렸다.


벌레가 맛있다고 다 뜯어먹은 탐스런 배추!


밭 주인 아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것도 모르고 녀석은 두리번 거리다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잠깐이지만 녀석은 푸르른 잎사귀의 맛을 보고는 나를 의식해서 인지 아무일 없었다는 듯. 발을 돌렸다.


무서운 녀석...녀석은 동네에서 처음본 녀석이었고 털이 갈색인것을 보니 부유한 집 녀석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이 동네가 부유한 동네이기도 했지만 여석은 예삿놈이 아니었다.


파마도 했는지 고불거리는 머리털은 한 성깔 할것같았다. 녀석은 도도한 걸음을 걸었다.


아직 어린놈이 어째서인지 도둑질을 아무 생각없이 저지르는것을 보니 세상 한탄이 절로 나왔다.


세상 참 흉흉하다.


나는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녀석의 사진을 한장 찍기로 마음먹고 서둘러 뒷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확대를했더니 고불거리는 털은 잘 나타나지 않는 녀석의 뒷모습! 목걸이도 없는 양아치!


무서운 세상이다.


나는 녀석의 기에 눌려 길을 피해야만 했다.


굴욕적인 날이었다.



2018년 11월 04일. 일기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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